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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방송] '외국인쉼터'가 따뜻한 이유
소외된 이주민을 돌보는 삶. 뜻 같이하는 손길이 있어 가능. 모두에게 따뜻한 마음 전하고파!
얼마 전, 후원자들이 찾아와 시설 안내를 청했다. 새날학교를 둘러본 후 “보람된 일을 하고 있다” 며 머리를 끄덕였다. 다음으로 간 곳은 하남공단에 있는 외국인근로자를 위한 쉼터였다.

쉼터는 추운 겨울동안 오 갈대 없는 이주민들의 생활공간인데 사람들은 대게 "왜 학교나 운영할 것이지 이렇게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하느냐” 며 문을 닫을 것을 권한다.

나는 이런 말을 들을 때면 정신을 가다듬어 초심을 잃지 않으려 애쓴다. 물론 쉼터를 운영하는 것이 쉽지 않으며‘위험한 일’ 이라는 것을 십 여 년 간 경험을 통해 몸으로 알고 있다. 그래도 문 닫을 수 없는 것은 필자의 아픈 과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공동묘지 산지기였다. 늦은 밤 문 두드리는 소리에 나가보면 사람이 죽었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때마다 아버지는 말없이 지게를 지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다음날 돌아와 하시는 말인즉 “너무 가난해, 관도 살 수 없어 가마니로 둘둘 말아 뒷산에 묻고 왔다”며 지게를 손질하셨다.

어머니는 '돈도 되지 않는 산지기 때려치우고 품이라도 팔라'며 불평했지만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으셨다. 당시에는 굶어서, 행려병자로, 질병으로 버림받아 죽는 이들이 많았다. 이들은 아버지가 필요했고, 아버지는 아무런 보수도 없이 죽은 이들을 거뒀다.

공동묘지 산지기의 가정이 그렇듯, 초등학교를 겨우 졸업한 나는 서울로 가, 고단한 삶을 이어가며 길거리를 전전했다. 껌팔이, 중국집배달원, 공단근로자, 안 해본일이 없을 정도였다. 이 땅에 태어난 나 자신을 저주하기도 했다.

어떤 추운 겨울날에는 거적을 이불삼아 밤을 보내야만 했다. 밀린 월급을 받기위해 날마다 사장을 찾아가 보기도 했지만 차일피일 미루는 거짓말에 화가나, 항의하다 몰매를 맞기도 했다. 그때 못 배운 설움이 가슴에 밀려왔지만 어쩔 수 없는 나날이었다.그러나 희망만은 잃지 않았다.

그런 뼈를 깍는 아픈 날들은 시간을 따라 덧없이 흘러갔고, 마침내 스무 살의 늦은 나이에 대학공부를 시작했다. 스물여섯에 시골중학교 영어교사가 되는 기적을 맛보게 되었다.

하지만, 삶의 인연이란!. 어느 추운 겨울날 길에 쓰러져있는 외국인 노동자를 만나게 되면서 나는 영어교사직을 내려놓고 소외된 이주민을 돌보는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

가장 먼저 쉼터를 열었다. 추운겨울을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24시간 개방하고, 국적에 상관없이 하룻밤 쉬어 갈 수 있도록 먹을 것도 준비해 뒀다. 쉼터는 순전히 나의 삶을 기반으로 세워진 보금자리이다.

나의 막내 동생은 알콜중독으로 길거리를 떠도는 노숙자다. 어쩌면 나의 이런 작은 도움들이 길거리를 떠도는 동생을 불쌍히 여겨 도움 줄, 마음이 따뜻한 누군가의 손길을 기대하며 어찌하지 못하는 형의 마음도 있다.

사실 이런일을 하는데에는 나 혼자만의 힘으로 불가능했다. 뜻을 같이하는 따스한 마음과 손길들이 있었고, 드러나지 않은 크고 작은 힘들이 모여 오늘에 이른 것이다. 모두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이천영: 나눔방송 대표. 외국인근로자문화센터 대표, 새날학교 교장

<이 칼럼은 전남일보 12월 21일 "현장에서" 칼럼란에 기고된 글임을 밝힙니다>
관리자   작성일 : 2012년 12월 21일 0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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