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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매일 사장 남성숙 칼럼- 박 라브렌티를 살려주세요~
광주매일 사장 남성숙 칼럼- 박 라브렌티를 살려주세요~


#두 고려인 이야기

무더위 속에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현재 전남대병원 중환자실에서는 고려인 박 라브렌티(55)씨가 사경을 헤매고 있다. 지난 9일 근로자대기소를 통해 일자리를 찾아 일하던 중 쓰러졌다. 현재 전남대병원 응급실에 입원 치료중이다. 병명은 급성심근경색으로 동맥확장을 위한 시술을 받아 1350여만원 이상의 치료비가 나왔다. 하지만 입국한지 2개월, 의료보험 가입은 입국 3개월 후 가능하기에 현재 무보험 상태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앞으로 계속 치료 받을 경우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박 라브렌티씨는 독립유공자 후손이다. 동반 입국한 가족들은 두려움에 떨며, 여기저기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지역민의 관심이 절실한 상황이다.

얼마 전 20대 고려인의 안타까운 죽음 소식이 있었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김씨는 국내에 들어온 지 5개월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모국을 찾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입국 후 광주 평동공단의 한 제조업체에서 근무했지만 월급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밀린 임금을 달라고 요구하다 취업 2개월 만에 해고됐다. 3년 짜리 취업비자를 받아 한국에 들어온 김씨는 2-3개월의 교육을 먼저 받아야 하지만 이를 어겼고 사업주는 이를 빌미로 임금 지급을 미뤘다. 고려인마을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밀린 임금 250만원 가운데 80만원을 겨우 받았지만 해고돼 또다시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신세가 됐다. 직장도 없이 가족에게 기대어 살아가던 김씨는 끝내 꿈을 이루지 못한 채 할아버지 나라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 고려인

위 두 사람에게 한국은 어떤 고국인가? 위 두 사람에게 광주는 가장 따뜻하게 맞아줄 것 같은 인권도시였는가? 광복 70주년에 광주에서 일어난 두 고려인의 안타까운 현실은 그들과 한 도시에서 살고 있는 광주사람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고려인! 중앙아시아를 비롯해 러시아와 옛 소련 지역에 흩어져 사는 한국인 교포를 말한다. 현재는 구소련 붕괴 후의 독립국가연합 전체에 거주하는 고려인은 55만여명이다. 선조가 농토를 일구고 독립운동을 벌이고 중앙아시아행 죽음의 열차에 몸을 실었던, 땀과 한이 서린 땅! 가난에 시달리던 조선 백성이 두만강을 건너 연해주에 첫발을 내디딘 1864년 이른바 ‘갑자도강(甲子渡江)’에서 ‘현대판 디아스포라’까지 고려인은 150여년 동안 타지에서 가장 고단한 삶을 살았던 우리민족이다.

이들이 한국에 오고 싶어 하면서 광주를 주요 거주지로 선택한 이유는 뭘까. 조선족들이 경기도 안산에 주로 터를 잡듯이 고려인들은 경유지 없이 바로 광주로 삶의 터전을 택하여 들어오고 있다. 벌써 3000여명이 넘었다. 새로운 핍박을 피해 더 나은 삶의 터전을 찾으면서 그들의 선택 기준은 ‘희망’ 아니었을까? 현재 광주 광산구 월곡동을 중심으로 고려인마을이 형성돼 있고, 이곳엔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가 있으며, 광주시는 최근 고려인 정착을 돕기 위해 ‘광주시 고려인 주민 지원 조례안’을 제정할 정도로 ‘광주 고려인’은 큰 관심의 대상이다.

하지만 정부 뿐 아니라 광주의 지원은 미미한 상태다. 광주에 정착한 대부분의 고려인은 우리말에 서툴고 변변한 기술도 없어 중소기업이나 건설 현장, 식당을 떠돌며 한달 평균 100만원의 수입으로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상당수는 3-4평 남짓한 원룸과 낡은 주택에서 초라한 삶을 이어가고 일부는 보증금과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지원센터의 작은 방에서 생활하고 있다.

#꿈엔들 잊힐리야

현재 고려인이 대한민국에서 살기엔 불리한 상황이 너무 많다. 비자정책이 가장 크다. 중앙아시아 국적 고려인은 3년마다 출국해서 다시 절차를 밟아 방문취업비자(H2)를 갱신해야 입국할 수 있다. 특히 19-24세 고려인의 경우는 3년체류 비자 기간이 경과한 이후에는 3개월에 한 번씩 본국으로 나가 절차를 다시 밟고 들어와야 한다. 2년 이상 취업사실도 인증받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추방된다. 업체는 이것을 약점으로 잡고, 근로자 등록을 회피하고 임금도 체불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꿈에 그리던 조상 땅으로 돌아왔지만 일반 다문화가족보다 못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 고려인 현실이다. 고려인 동포는 한국어를 잘 못해 생활 적응력도 떨어지고 노동현장에서도 가장 하급으로 취급된다. 고려인들은 한민족임에 불구하고 서로 다른 성장 배경, 언어 및 문화 차이로 인해 한국사회로부터 배제되고 차별받는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다문화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함에 따라 이들은 외국인 이주노동자나 여성 결혼 이민자에 비해 소외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다문화정책에서도 고려인은 소외되고 있으며, 그 위상도 약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고려인은 정책의 공백상태, 사각지대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귀환이주 고려인의 경우, 재외동포로 볼 것인가 다문화로 접근할 것인가 애매모호한 상태이다. 분명 재외동포이지만, 관련 혜택은 누리지 못하고 있고, 다문화집단에 속하지만 다문화정책의 대상으로 간주되지도 않는다.

이제 정부나 광주시는 귀환 이주 고려인의 정책지원을 법률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분명하게 재검토해야 한다. 이들이 재외동포로서, 또한 한국사회 구성원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과 효과적인 정책대안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늦으면 늦을수록 억울한 죽음만 늘어난다.

우선, 할아버지 땅 광주에 온 박 라브렌티 살리는 일부터 적극 관심을 보여야 한다. 이런 ‘사랑 나눔’ 하나하나가 쌓일 때, 광주 인권도시 품격이 달라진다.

/ssnam48@kjdaily.com
관리자   작성일 : 2015년 08월 20일 09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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