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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방송] 정막래 교수, 광주고려인마을 시집과 한국어 교재 출판
중년의 여교수, 대학원에 입학하여 고려인 연구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다.
- 한국외대 대학원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박사과정 3학기생 정막래 교수
『고려인을 위한 한국어』와 『광주에 내린 첫눈』을 펴내다 -

▲ 다시 대학원생이 된 여교수

대학교수로 20년을 살아온 계명대학교 러시아어문학전공 정막래 교수(만50·여·사진)가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박사과정 3학기생으로 최근 『고려인을 위한 한국어』(2017. 02. 22, 금철사랑)를 쓰고, 『광주에 내린 첫눈』(2017. 02. 23, 금철사랑)을 번역하여 출판했다.
대구에 위치한 계명대학교 러시아어문학과에서 1997년부터 교수로 재직하며 학생들에게 러시아어문학을 20년간 가르쳐온 교수가 한국외대 대학원 박사과정에 입학한 사실 자체만으로도 독특한데 공부만하기도 힘든 박사과정에서 힘든 상황에서 살고 있는 고려인을 위한 책을 2권이나 출판했다는 사실이 더욱 돋보이고 있다.
러시아문학전공 교수가 어떻게 고려인에게 관심을 가지고 이 책들을 내게 되었는지 정막래 교수에게 들어본다. 또한 교수로서의 편안한 삶을 뒤로 하고 박사과정에 입학하게 된 흥미로운 사연도 알아보자.

계명대 정막래 교수



▲새로운 인생은 우연히 시작된다

정교수가 지난 20년 동안 러시아어문학만을 가르쳐오다가 고려인 연구를 하게 된 것은 시대의 흐름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계기가 된 것은 바로 현재의 지도교수인 임영상 교수(한국외대 대학원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책임교수, 만64세)와의 우연한 재회였다.
재작년 말에 임교수는 계명대학교 실크로드중앙아시아연구원에 고려인에 관한 특강을 하기 위해 대구에 들렀다. 정교수는 한국외대에서 교양으로 들었던 임교수의 러시아역사 수업으로 인해 임교수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러시아 유학 때에 만난 이후 두 사람은 오랜만에 대구에서 만나게 되었다.
“아직 러시아어문학과가 살아 있어요?”라는 임교수의 질문에 “아직까지는요!”라는 대답을 웃으면서 했던 정교수는 학과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학생 수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는 때에 다른 대학의 러시아어문학과들이 문화콘텐츠학과로 이름을 바꾸는 것을 보면서 학과에 대한 발전계획이 항상 머리에서 떠나지 않고 있던 차였다. 러시아어문학과를 좀 더 튼튼하게 지켜보고자 하는 열의에서 본인이 속한 학과가 ‘러시아문화콘텐츠학과’로 바뀌게 될 것을 염두에 두고 장래를 바라보며 직접 공부를 하기로 했다. 그 생각을 함과 동시에 정교수는 자신이 직접 대학원에 입학하여 공부하는 것을 바로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


▲러시아로 파견된 우리나라 최초의 국비유학생

정교수는 30대 초반에 계명대학교 러시아어문학과 교수로 임용되었다. 정교수는 러시아로 파견된 우리나라 최초의 국비유학생으로 모스크바국립대학교 대학원에서 1992년부터 공부하게 되었다.
러시아문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이듬해인 1997년부터 계명대 러시아어문학과 교수로 일하면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국립대학교와 3+2 복수학위제도, 모스크바에 위치한 푸시킨 언어대학교와 현지학기제도를 만드는 등 학과의 기반을 만들었다. 또한 영어의 토플에 해당하는 토르플(TORFL)을 2002년도에 국내에 최초로 도입하여 러시아어 보급에 일조했다.
하지만 러시아와 한국의 관계가 썩 좋지 않았던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정교수는 자신이 속한 학과를 위한 여러 가지 자구책을 강구해 왔다. 가르치는 교수가 새로운 분야를 알지 못할 때에 변화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제 자리에 안주하고 싶어 할 수 있음을 인지한 정교수는 자신이 직접 새로운 분야의 공부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청출어람인 학생

정교수의 지도교수인 임영상 교수는 정교수가 대학원에서 어떤 학생인가에 대한 질문에 자랑스럽게 답한다.
“정교수는 바로 ‘청출어람’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지요. 안정된 삶을 사는 교수로서 편하게 살아도 되는 중년의 나이에 다시금 제 제자가 되어 새로운 공부를 하겠다고 했을 때 저는 온 마음으로 응원했습니다. 정교수라면 이 새로운 일도 잘 해낼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정교수는 스승을 뛰어넘는 제자라고 할 수 있지요. 제가 올해 정년퇴직할 때 함께 졸업하자고 했습니다. 정년을 맞은 저의 교직 생활에서 아름다운 마침표를 찍어주는 좋은 제자를 만난 것은 제게 큰 행운이지요. 정교수는 우리 대학원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 것입니다.”


▲ 스승과 제자의 아름다운 인연

임영상 교수와의 인연은 참으로 길다. 대학 1학년 때에 교양으로 러시아 역사를 들으면서 만나게 된 당시에 임교수는 사학과 교수여서 같은 과 교수도 아니었다. 하지만 임교수는 정교수의 대학 4년 내내 월급에서 떼어서 정교수에게 장학금을 주었고, 정교수는 그 장학금의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정교수는 이런 고마운 스승에게 보답하는 길은 스승의 기대에 저버리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스승께서 정년퇴직을 하시기 전에 새로운 역사를 써보자고 하신 말씀을 행동으로 옮겼다. 박사학위가 있기에 정교수는 한 학기 9학점을 인정받아 3학기 만에 졸업하는 역사에 동참하고 있다. 2학기에는 1학기 때에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들과 1학기 때 받은 올 A+ 학점을 인정받아 3학점을 더 듣게 되었다. 2학기는 정교수에게 단 한 시간의 여유도 없는 나날이었다. 12학점 수업을 들으면서 박사학위를 받기 위해 필요한 외국어시험인 플렉스 영어시험에 합격했고, 4과목의 종합시험에도 합격했다. 지금은 남은 6학점 수업을 들으면서 박사학위논문에 집중하고 있다.
“인생의 100, 10, 1의 법칙이 있지요. 살면서 100권의 도움이 되는 책을 읽고, 10명의 좋은 친구를 가지고, 1명의 스승이 있다면 그 삶은 성공한 삶이라 할 수 있다”는 말을 전하시는 멘토이자 지도교수인 임영상 교수 밑에서 오늘도 열심히 공부하는 열성 대학원생 정막래 교수의 모습에 우리 모두 박수를 보낸다.

한국외대 임영상 교수, 계명대 정막래 교수, 고려인 시인 김블라디미르



▲ 새벽기차를 타고 가서 밤기차를 타고 돌아오다

정교수가 몸담고 있는 계명대학교에서 4일 동안(월, 화, 목, 금) 수업에 전념하면서 수요일 은 서울에 있는 대학원에 다니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새벽 6시 KTX에 올라타서 밤 11시 KTX를 타고 대구 집으로 돌아오면 새벽 1시가 다 되어갔다. 몸은 파김치가 다 되어갔다. 학과구성원들과 밥 먹을 시간도 없었다. 학과 원로교수로서 구성원들에게 마음을 써줄 시간을 찾지 못해 아쉬웠다. 학생들에게 좀 더 많은 시간을 내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정교수의 마음 한쪽에서는 이 모든 것이 학과의 발전에 언젠가 큰 도움으로 작용할 것임을 알기에 그리고 그들 역시 자신의 마음을 알아줄 것이라고 믿었기에 잘 견뎌낼 수 있었다.
코어 사업으로 융복합 과목과 학과들이 생겨나고 있는 상황에서 교수가 먼저 공부를 하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이었다. 지방대의 약한 학과라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정교수가 선구자적인 행동을 시작한 것에 박수를 보낸다.


▲ 중년에 폭발적인 학구열을 내쏟다

그리하여 지난 2016년 3월에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박사과정에 입학하게 되었다. 지금 3학기를 맞이하고 있다. 계명대학교에서 하고 있는 코어(CORE)사업에서도 융복합과목이 대세인 것을 보면서 어떤 식으로든 학교에 도움이 될 것으로 여기며 자신의 선택이 잘한 일임을 느끼고 있다.
정교수는 한국외대 대학원에 입학한 후 자신의 러시아어 실력을 백분활용하여 고려인 연구를 시작했다. 정교수는 지난 2016년 한 해에 8편의 논문과 3권의 저서와 번역서를 출간하는 등 만만치 않은 중년의 공부에 열심을 다하고 있다. 그 가운데 6편이 고려인에 관한 논문(등재지 4편)이다. 이러한 정막래 교수의 왕성한 연구 활동은 주위의 칭찬과 더불어 부러움을 사고 있다.


▲ 정교수의 지난 해 8편의 연구 논문들

정교수의 2016년 논문은 한국연구재단 등재지 논문 6편과 비등재지 논문 2편으로 아래와 같다.
1. 1920년대 극동지역 미취학아동 교육기관 - ‘선봉’에 기초하여 -, 2016. 02, 역사문화연구
2. 극동지역 최초의 고려인 영화 ‘도적’ - ‘선봉’에 기초하여, 2016. 03, 노어노문학
3. 1920년대 후반 극동지역 고려인 가족 스토리텔링 - ‘선봉’의 어린이 소설 ‘생각해냈다’에 기초하여, 2016. 03, 세계문학비교연구
4. 1920-30년대 극동지역 신한촌의 반종교운동 - ‘선봉’에 기초하여 -, 2016. 03, 외국학연구
5. 토르플 기본단계 쓰기 팀티칭 제안, 2016. 10, 슬라브어연구
6. 고대 러시아 문학에 나타난 여성 형상 연구, 2016. 10, 여성연구
7. 1920년대 후반 극동지역 고려인의 의식주 - ‘선봉’의 어린이 소설 ‘생각해냈다’에 기초하여, 2016. 06, 재외한인연구
8. 한국 속의 러시아 - 고려인마을을 중심으로, 2016. 12, 동서인문학


▲ 정교수의 지난 해 3편의 저서들

정교수의 2016년 저서는 저서 1권과 번역서 2권으로 아래와 같다.
1. 정막래 저, 『토카레바 읽기』, 2016. 09, 금철사랑, 208쪽
2. 곤차로프 저, 『전함 팔라다 Ⅰ』, 정막래 번역, 2016. 12, 살림출판사, 712쪽
3. 곤차로프 저, 『전함 팔라다 Ⅱ』, 정막래 번역, 2016. 12, 살림출판사, 1008쪽


▲ 고려인을 도와주는 일을 자신의 논문보다 우선시하다

2017년 2월에는 겨울방학 때에 고려인마을에서 집필한 『고려인을 위한 한국어』(2017. 2, 금철사랑, 112쪽)와 고려인 시인인 김블라디미르의 시집 『광주에 내린 첫눈』을 번역하여 출판하였다.
이 두 권의 책은 정교수가 고려인마을에 관한 박사학위논문과 고려인마을 이야기를 담을 책을 쓰기 위해 방학 때에 추운 러시아로 가는 대신에 따뜻한 남쪽에 위치한 광주를 찾게 된 데서 시작되었다. 1월과 2월에 2차례에 걸쳐 이곳에 머물게 되었다. 처음 이곳을 방문하였을 때에는 연구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가서 『광주고려인마을을 거닐다』라는 연구 서적을 집필하고자 하였으나, 이곳 상황에서 시급한 일이 이들 고려인을 위한 한국어 회화책임을 느껴서 자신의 일을 제쳐두고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이곳 광주에 와 보니 나 자신을 위한 일보다는 이들 고려인들을 위한 일이 더 급한 것을 보게 되었어요. 그래서 제 일은 뒤로 미뤄두고 이들을 위한 일을 하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탄생한 책이 바로 『고려인을 위한 한국어』와 시집 『광주에 내린 첫눈』이다.


▲ 한국으로 귀환한 고려인을 위한 최고의 선물 『고려인을 위한 한국어』

『고려인을 위한 한국어』 책은 한국으로 귀환하여 정착한 고려인이 한국어 필수 회화를 쉽게 익힐 수 있도록 쓴 책이다.
지금까지 고려인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어서 이들을 위한 회화책이 따로 있지 못했다. 정교수는 방학 동안에 이들 고려인마을에 같이 살면서 이들에게 시급하게 필요한 일이 일상에서 필요한 몇 가지 회화만이라도 당장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일임을 깨닫고 실천에 옮기게 되었다. 예를 들어 공장에서 사장에게 쉬는 날이 언제인지 묻는 질문, 퇴직 후에 퇴직금은 언제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 등이 있다.
현재 국내에 거주하는 고려인은 약 4만여 명으로, 주로 안산·인천·부산·김해·울산·창녕·동해·광주 등지에서 모여 살고 있다. 이들 중 오래전부터 한국에 자리 잡고 사는 소수 고려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언어 문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에 90년대에 들어온 몇몇 사람들은 우리말을 열심히 배워서 언어의 어려움 없이 지내고 있다. 예를 들어 광주고려인마을 공동대표로 있는 신조야씨(만61세) 같은 경우에는 16년 이상 우리나라에서 살면서 우리말이 되기 때문에 고려인들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고려인들이 언어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현재 한국에 와 있는 고려인들은 고려인 3세, 4세에 해당하는 이들이다. 일제시대 때에 주로 배가 고파 러시아 연해주로 건너간 이들의 후손이다. 소련시대에 스탈린의 민족말살정책으로 러시아어만을 사용하고 우리말을 사용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이들은 우리말을 처음부터 배워야 한다. 중국의 모택동이 소수민족들의 말을 살려두어 조선족이 우리말을 잘 하는 것과는 비교된다.
고려인은 정교수가 살고 있는 대구 근처인 창녕에도 500여명이 살고 있다. 아직 이곳은 지도자가 없어서 고려인집거지로서 편리한 환경이 갖춰진 것은 아니지만 공단과 농촌의 일자리가 있으므로 알음알음으로 고려인들이 모여서 살게 되었다. 이곳에는 고려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고려인식당인 카페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아서 이것을 돕기 위해 정교수는 이곳을 방문한 적도 있다.


▲ 고려인 시인 김블라디미르의 한을 풀어준 시집 『광주에 내린 첫눈』

“인생에서 뜻 깊은 일을 한다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닌 것 같아요. 이번에 그 일을 김블라디미르 교수님에게 해드린 것 같아서 참 뿌듯해요.”
김블라디미르 교수(만61세)는 거의 매일 정교수에게 안부 인사를 보낸다. 일을 하러 나가게 되는 날에는 저녁에라도 그 인사를 잊지 않는다. 그만큼 정교수에게 감사하고 있다. 아무도 쳐다봐주지 않는 일용직노동자로 살아가는 김블라디미르 교수에게 눈길을 돌리고 그의 시를 들어주고 그의 시를 한국말로 번역하여 시집을 만들어준 이가 바로 정막래 교수였기 때문이다.
“나는 펜 외에는 무거운 것을 들어본 적이 없어요.”라고 말하는 김블라디미르 교수는 평생 동안 대학에서 러시아문학을 가르치는 일만을 해왔으나 6년 전에 한국으로 온 이후 현재 3천여 명의 고려인이 함께 사는 광주고려인마을에서 일용직노동자로 살고 있다. 시집 『광주에 내린 첫눈』에는 김블라디미르 교수가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녹여낸 시 35편이 실려 있다.
『광주에 내린 첫눈』 시집에 실린 시를 통해 한국으로 귀환한 고려인 시인의 눈에 비치는 한국과 우리의 모습 또한 엿볼 수 있다. 이 시집을 읽는 이들은 김블라디미르 교수가 일용직노동자라는 힘든 현실에서도 결코 잃어버리지 않는 맑고 선한 마음, 가족에 대한 애정, 역사적인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을 함께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계명대 정막래 교수, 고려인 시인 김블라디미르



▲ 지금이 제일 행복하다는 어머니를 위해 더 열심히 사는 효녀 교수

정교수의 왕성한 연구 활동의 힘이 어디에서 나오냐고 묻자 정교수는 망설임 없이 나온다. “지금 어머니와 행복하게 살고 있기에 가능한 것 같아요.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려 하다 보니 조금 더 부지런해지는 것 같아요.”
정교수는 어머니(고금철, 만94세)에 대한 이런 사랑을 행동으로 표현하고 있다. 지금이 제일 행복하다고 말씀하시는 어머니를 조금 더 편안하게 모시기 위해 휠체어가 잘 돌아다닐 수 있는 조금 더 큰 집을 샀더니 본인이 편하게 잘 살고 있다고 한다. 어머니가 아파트 정원의 꽃과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더 잘 볼 수 있도록 1층에서 살고 있다.


▲ 창백한 지성이 아닌 행동하는 지성

우리에게는 모두 마음은 있지만 열성이 모자라거나 여유가 없어서, 혹은 다른 이유로 이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어느 철학자는 그것을 ‘창백한 지성’이라 일컫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마음과 행동이 함께하는 ‘행동하는 지성’이 있다. 그가 바로 정막래 교수이다.
정교수는 지난 2002년부터 받은 만큼 베풀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장학금을 어머니의 이름을 따서 ‘금철사랑장학금’으로 지난 14년 동안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주어 왔다. 한 달에 100만원씩, 1년에 1,200만원씩 주었기에 현재 그 액수가 1억 6천 800만원에 달한다. 정교수는 한국외대에 입학하여 공부하면서 이 장학금을 자신에게 주고 있다.
“어머니의 사랑으로 만들어진 금철사랑장학금을 저도 대학원에 다니는 동안 받고 다닌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찹니다.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가 길을 걷다가도 막 솟아나기도 해요. 우리 학생들도 이 장학금을 받으면서 이런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정막래 교수는 자신도 더욱 더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된다고 한다.


▲ 어머니의 이름을 딴 ‘금철사랑’ 출판사를 이끄는 언니 정옥자씨

정교수의 언니인 ‘금철사랑’ 출판사의 대표인 정옥자씨(만55세) 역시 한국외대 러시아어과 91학번 출신이다. 정옥자씨 역시 어머니인 고금철 여사의 이름을 딴 출판사를 만들어 어머니께 효도하고 있다. ‘금철사랑’은 러시아어 전문출판사로 정교수의 왕성한 연구업적을 결실로 맺어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 금철사랑에서 『고려인을 위한 한국어』와 『광주에 내린 첫눈』의 출판을 쉽게 허락해주어서 방학 동안에 이루어진 작업이 책으로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출판사를 섭외하는 일 등 복잡한 출판과정을 금철사랑 출판사의 대표인 정옥자씨가 다 담당해주었기에 빠른 시일 내에 고려인들은 한국어 책을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당신을 이 생애에서 만났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요

지난 3월 1일에 광주고려인마을에서 열린 삼일절 행사에서 김블라디미르 교수의 시를 러시아어와 한국어 번역으로 함께 읽기 위해 이곳을 다시 찾았을 때 정교수는 자신을 은인으로 여기는 많은 사람들을 보게 되었다. 정교수는 방학 중에 박사학위논문을 끝내지 못한 일을 후회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게 되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세상도 아름다워 보이잖아요.”
이런 마음으로 정교수는 다음 방학 때에도 고려인마을을 방문하게 될 것이다. 정교수가 또 다시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고려인들이 있는 마을로!
“Я очень рад, что мы встретились в этой жизни. 당신을 이 생애에서 만났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요.”라는 메시지를 시인 김블라디미르 교수로부터 받고 즐거워하는 정교수는 더 이상 중년의 모습이 아니라 따스한 봄날 같은 청년의 모습에 가까워보인다.

출범식에서 축시를 낭독하는 고려인 시인 김블라디미르, 계명대 정막래 교수



나눔방송 : 이믿음 기자
관리자   작성일 : 2017년 03월 19일 06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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